아시야) 산타클로스는 그 기원을 찾아보면 원래 이 세계 인간들의 성인입니다 어차피 고등 악마인 저희와는 서로 용인할 수 없는 존재
마오) 뭐, 따지자면 그렇겠지
아시야) 그보다, 오늘의 급료를 어디다 쓸지 생각해야 합니다 의류를 더 충실히 갖출지 아니면 큰맘 먹고 난로를 사야 할지…
마오) 고등 악마의 화제가 아니네 난로를 사더라도 등유 가동 비용도… 아, 어서 오십시오,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어떠십니까?
아시야) 쇼트케이크와 초콜릿 케이크를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마오) 어떠십니까~?
마오) 안 팔리네…
아시야) 안 팔리는군요…
마오) 지금 몇 시야?
아시야) 그게… 이제 곧 18시로군요
마오) 이제 무리 아니야? 케이크를 살만한 집은 이미 어디서 샀겠지
아시야) 그렇군요 확실히 이 이상은 무리일지도 모르겠군요
마오) 우리도 충분히 노력했다고 생각하는데 오늘만 해도 홀 케이크 20개는 팔았잖아
아시야) 그런만큼 남은 7개가…분합니다
마오) 뭐, 완매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하나는 우리가 살까?
아시야) 점장님은 그렇게까지 안 해도 괜찮다고 말씀하셨지만…
마오) 그래도 불쑥 참가한 내게 시급을 주니까… 팔다 남거나 하면 죄송하니까… 그런데 넌 여기 편의점 점장님과 어떤 사이야?
아시야) 전에 등록했던 파견 아르바이트의 파견 처가 이곳이었습니다 전부터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팔 무렵에 연락해 달라고 해서요
마오) 헤에? 인맥이구나
아시야) 마왕님이야말로 왜 크리스마스라는 대목에 맥로날드 근무표가 비어버린 겁니까?
마오) 단순히 요일 운이지 겨울방학이라 학생 아르바이트도 많고 오늘은 정말 우연히 비어있었어
아시야) 그런 겁니까? 일부러 오시게 하여 죄송합니다
마오) 괜찮아, 덕분에 이렇게 두 명분 급료를 벌 수 있고 게다가 우리는 크리스마스라고 들떠서 돌아다닐 처지가 아니잖아
아시야) 그건 말씀대로 입니다 어리석은 인간들이 향락에 빠진 틈에 우리 마왕군의 세계 정복을 위한 준비를 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나날의 벌이를 모으는 것이…!!
마오) 뭐, 어리석은 인간들이 향락에 빠져준 덕에 나온 돈으로 우리 아르바이트 급료도 나오는 거지만
아시야) 그건 말씀하지 말아 주십시오…
마오) 사실은 제대로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시야) 현실 도피를 하고 싶은 밤도 있습니다
마오) 크리스마스라서?
아시야) 크리스마스라서 입니다
마오) 크리스마스도 현실이라고 지금의 우리는 싸울 힘도, 원래 세계로 돌아갈 힘도 없어 세계 정복을 노렸던 마왕 사탄도, 악마대원수 아르쉘도 지금은 보잘것없는 케이크 판매원인 마오 사다오와 아시야 시로다 하지만 뭐… 케이크 판매원인 마왕이라니, 성냥팔이 소녀보다 강해 보이지 않아?
아시야) 팔 물건인 케이크를 먹는다면 바라는 꿈이라도 볼 수 있습니까?
마오) 그 자리에서 죽을 일은 없겠지 대신 점장님한테 크게 혼나겠지만
아시야) 정말 고등 악마의 화제가 아니군요
마오, 아시야) 크리스마스 케이크 어떠십니까!!
아시야) 그런데 마왕님
마오) 응?
아시야) 떡 살까요?
마오) 떡?
아시야) 네, 이제 곧 설이고…
마오) 딱히 사도 상관없지만 설날엔 뭔가 할 생각이야?
아시야) 일본에서는 새해의 시작은 설날에 달렸다고 하는 모양입니다 일본에 표류한 지 몇 개월… 가난함 속에서 생활을 보냈습니다만 아무쪼록 내년 한 해를 좀 더 좋게 보내고자 기운을 돋우기 위해 어떤가 해서요
마오) 아…뭐, 그렇지 설 요리를 살 정도로 여유는 없고
아시야) 아, 설 요리 예약 접수는 이미 끝났다고 점장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마오) 그러니까 안 산다고
아시야) 그 뒤로는 2월에 에호마키를 판매하는 모양이니 괜찮으시면 마왕님도 함께 어떠신지요? ※에호마키는 입춘 전날에 먹는 복을 기원하는 김밥
마오) 넌 마왕을 에호마키 판매에 부르는 자신에 대해 아무런 의문도 갖지 않는 거냐? 그리고 해가 지난 것도 아니고… 내년 일을 지금 말하고 있으면 도깨비가 비웃을 거다
아시야) 마왕님을 비웃는 괘씸한 도깨비 따위는 제가 말살하겠습니다
마오) 콩이라도 던져라 이런, 감사합니다!!
아시야) 감사합니다
마오) 어떠십니까? 크리스마스 케이크 초콜릿과 딸기 쇼트케이크를…
에미) 케이크…
마오) 어떠십니까? 크리스마스 한정 케이크입니다
에미) 점내에 있는 것과는 다른 건가요?
에미야) 기본적으로 같습니다만, 사이즈를 S, M, L 중에 고를 수 있습니다
에미) 흐음~
에미) 가끔은 괜찮으려나 이 초콜릿 케이크 S 하나 주세요
마오, 아시야) 오오~!! 감사합니다, 1200엔입니다!!
에미) 고마워요 메리 크리스마스…
마오) 감사합니다
아시야) 메리 크리스마스
마오) 팔렸네…
아시야) 버틴 보람이 있군요
마오) 18시가 지났어도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아시야) 어떨까요…
마오) 아니, 방금 그 OL처럼 오늘도 평범하게 일하거나 해서 지금부터 사러 가는 사람도 있을 거야!! 조금 더 힘내보자!! 여기서 가장 가까운 역이 뭐였더라…
아시야) 에우후쿠쵸 역이군요
마오) 좋아, 거기 막차 시간까지 어떻게든 힘내보자
아시야) 마왕님, 저희끼리 정할 수는 없습니다 점장님의 의견을 구해야죠 그리고 막차까지 버티다간, 저희가 귀가할 수 없지요
마오) 그것도 그런가 좋아, 그럼 돌아갈 수 있는 아슬아슬한 시간까지 버티는 건 괜찮아? 잠깐 여쭤보고 올게 점장님~!!
나레이션) 소망이 이뤄진다 방향, 동쪽이 좋음 집을 손봐도 문제없다 쭉 경사롭다 유실물이 나타난다 기다리던 사람이 조금 늦게나마 나타난다 같은 장에서 뽑힌 대길 운세와 해가 지나면서 만나게 한 인연 그것들이 서로 다른 두 세계를 휘말고서 고동을 시작하는 건 조금 더 후의 또 다른 이야기